▲ 서울 성북구 창경궁로 ‘라파엘센터’에서 지난 2월 15일 진행된 한성구 교수의 그림강좌. 센터는 이밖에도 다양한 예술·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의술과 예술의 만남… 무료진료소가 문화공간으로
서울대교구서 무상임대한 공간
예술인문학 강좌와 영성 교육도
서울 성북구 창경궁로에 자리잡은 ‘라파엘센터’에서는 2월 4월 6월 등 짝수 달 둘째 월요일마다 ‘한성구 교수의 그림강좌-그림이야기’라는 행사가 열린다.
라파엘나눔재단(이사장 김유영)의 ‘라파엘 문화강좌’ 일환으로 마련되는 한성구 교수(서울대병원 호흡기 내과) 강좌는 ‘돈’, ‘사랑’, ‘질투’ 같은 키워드를 통해 관련 미술 작품들을 살펴보고 감상하는 시간이다.
지난 2월 15일에는 ‘시선’이라는 키워드로 프라 안젤리코의 ‘수태고지’를 비롯해서 고야의 ‘클로수스’ 등 100여 점의 그림들이 소개됐다. 각 작품의 바탕에 깔려있는 역사·철학·심리학 문학적 배경과 이야기를 곁들인 강의에 참석자들은 보다 재미있게 그림을 이해하는 기회를 가지면서, 그 매력에 푹 빠져드는 새로운 문화 경험의 계기를 가졌다.
‘라파엘센터’는 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 ‘라파엘클리닉’(대표 안규리 교수)이 운영되는 장소다. 매주일, 쉼 없이 소외된 이들에게 인술이 펼쳐지는 이 공간이 지역민을 위한 문화의 자리로 바뀌고 있다.
예술·인문학 등 여러 가지 지적 감성적 체험을 가능케 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무료 진료소만이 아닌, 문화를 나누는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 강좌와 더불어 2014년 11월부터 14개월 동안 매월 정현채 교수(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의 ‘죽음학’ 강의로 죽음에 대한 인식을 높였던 라파엘나눔재단은 최근 성북문화재단(이사장 김영배)과 MOU를 체결, 지역 문화예술 지원 활동에 속도를 높였다.
이러한 문화 공간으로의 변신은 라파엘클리닉이 2014년 서울대교구의 무상 임대로 독립된 진료소를 갖추며 싹을 틔웠다. 주일에 진료소가 운영되는 상황이기에, 평일 빈 공간을 지역민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취지가 컸다.
“무엇보다 교구의 배려를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다”는 재단 측은 또 “‘다양성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뤄 더욱 풍요로운 일치를 이루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를 주어진 공간과 인적 자원 안에서 적극 활용하고 실천하자는 뜻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센터의 문화프로그램들은 ‘문화’라는 콘텐츠를 활용, 라파엘클리닉을 자연스럽게 홍보하는 면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역민들이나 프로그램 수강자들이 센터를 자주 찾게 되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편견이나 거리감도 자연스레 좁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앞으로 라파엘 문화강좌는 영성 분야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수요 조사를 통한 정기 강좌 개설도 준비 중이다. 홍보 작업도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된다.
재단 관계자는 “‘성북예술마을 만들기’, ‘프롬에잇’(성북국 공방 운영인 모임)등 성북문화재단이 진행하는 사업에 함께하면서 지역 문화인들과의 만남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시민들과 문화 예술적 나눔을 키워가고 싶다”고 전했다.
가톨릭신문 2016-03-20 [제2986호, 14면]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