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리고 희망 – 2009 대한민국 리포트>
‘라파엘 클리닉’은…
채현식기자 hschae@munhwa.com
‘라파엘 클리닉(대표 김유영·www.raphael.or.kr)’은 지난 1997년 서울대 의과대학 가톨릭교수회와 가톨릭학생회가 뜻을 모아 문을 열었다.
1958년부터 시작된 가톨릭학생회의 빈민 의료지원 활동이 국민건강보험 확대 실시를 계기로 수요 감소에 직면하자 외국인 노동자 의료지원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당시 안규리 교수를 비롯한 서울대 의대 가톨릭교수회 회원들은 천주교인권위원회로부터 이주 노동자들의 참담한 의료 실태를 전해듣고 가톨릭학생회측에 이들을 위한 무료 진료소 개설을 제안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이 안 교수 등에게 비참한 처지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교수회와 학생회의 의기투합으로 1997년 4월 서울 종로구 혜화동 천주교서울대교구 혜화동성당 한편에 간이 진료소가 차려졌다. 출발은 미약했다. 안 교수는 동료 교수와 학생들의 도움을 받고 자비 50만원을 보탰다. 서울대 병원에서 쓰던 의료기기와 집기를 빌려 사용하고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약품을 지원받았다. 현재는 내과, 외과, 피부과, 산부인과 등 17개 과(科)를 갖춘 종합 클리닉으로 발전했다. 의료진만 200여 명. 간호사와 약사, 일반 자원봉사자 등 200여 명도 힘을 보태고 있다.
처음 개설 당시 30여 명에 불과했던 환자들의 숫자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점점 늘어만 갔다. 지난 12년 동안 라파엘 클리닉을 통해 의료혜택을 본 외국인 노동자는 12만여 명에 달한다.
규모가 커지면서 클리닉의 구성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서울대 출신이 주축이 돼 구성됐지만 이제 종교나 출신 학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혜화동 진료소 입구에서 환자들에게 차, 빵, 라면 등을 나눠주는 분당소망교회는 종교는 다르지만 시작부터 함께 해왔다.
의료진도 다양해져 격주로 열리는 작은 진료일에는 고려대 의과대학 출신들이 주축이 돼 진료소를 운영한다. 자원봉사에도 서울대뿐 아니라 고려대, 이화여대 학생들도 참여하고 있다. 라파엘 클리닉은 혜화동 진료소 외에도 경기 동두천시에 별도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고 외국인 밀집지역에 무료진료소를 추가로 설립할 계획을 갖고 있다.
채현식기자 hschae@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9-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