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그대들이여, 우리에게 오라”
외국인 노동자 무료진료 11년 '라파엘 클리닉'
김진명 기자 geumbor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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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서울 동성고등학교 강당에 외국 인 노동자들을 무료로 진료해주는 ‘라파엘 클리닉’이 열렸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13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혜화동 동성고등학교 강당 3층 복도. 복도를 따라 임시 칸막이가 쳐져 있고, 칸막이 위쪽에는 '내과' '가정의학과' 등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계단을 올라와 복도가 시작되는 곳에는 외국인 노동자 40~50명이 의자에 앉거나 서서 진료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주 일요일 오후 동성고등학교 강당 3층 복도는 중국·몽골·필리핀·파키스탄 등 외국인 노동자들을 무료로 진료해주는 '라파엘클리닉'으로 변한다. 내과, 정형외과, 치과 등 17개 진료과목에서 의사들이 나와 무료진료를 하고, 빵과 라면 등 간단한 식사까지 제공한다.
이날 서울대 의대와 고려대 의대에서 나온 의사와 의대생, 약대생 등 의료진 40여명은 외국인 노동자 127명을 진료했다.
라파엘클리닉은 1997년 서울대 의대 가톨릭학생회(CaSA) 출신들이 주축이 돼 문을 열었다. 이름은 치료의 천사 '라파엘'에서 땄다.
처음 혜화동 성당에서 약 봉지를 담은 나무궤짝 2개로 시작한 진료는 갈수록 규모가 커졌다. 1998년 혜화동성당에서 동성고 강당의 복도로 자리를 옮겼고, 고대와 건국대 등 다른 대학교의 의과대학이 봉사에 동참했다. 적십자병원과 보라매병원 등이 2차 진료를 도와주면서부터 크고 작은 수술도 가능해졌다. 지난 11년간 라파엘클리닉에서 진료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는 모두 10만6700여명.
라파엘클리닉은 이제 활동 영역을 외국으로까지 넓히고 있다. 외국의 의료인력을 지원해 그들이 현지에서 의료봉사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몽골이 첫 대상이다. 올 하반기 몽골 의사 3명을 초청, 서울의대와 고대의대에서 3개월간 연수를 시킬 계획이다. 이는 1950년대 미국의 미네소타의대가 한국 의사들을 데려가 연수를 시켜주고 의료기기까지 한국으로 보내준 모델을 따른 것이다. 라파엘클리닉의 소장을 맡고 있는 서울의대 김전(59) 교수는 “이제 우리도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같은 기회를 주고 싶은데 의료기기까지 마련해줄 형편이 될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입력 : 2008.07.14 0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