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사랑의 종합병원을 아시나요?’나이지리아, 몽골,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머나먼 고국을 떠나 돈벌이길에 나선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무료 종합병원이 있다. 매주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문을 열어 ‘사랑의 의술’을 펼치는 ‘라파엘 클리닉’이 그곳이다. 일요일 오후 2~6시면 동성고 강당에 어김없이 병원 문을 여는 라파엘 클리닉은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서 ‘한국에 가면 꼭 알아둬야 할 곳’ 1순위다.
치료비부터 약값까지 모두 무료인 이곳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해 병원을 제대로 찾지 못했던 외국인 노동자들의 천국이자 한국인의 푸근한 인심과 살맛나는 한국 생활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의료봉사를 하는 의사만 줄잡아 200명. 이 외에 약사 20여명, 통역 10여명, 의대생을 포함한 자원봉사자 180여명 등이 팀별로 나뉘어 매주 30여명이 돌아가며 진료한다.
이곳에서 진료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은 단 한푼의 보수도 받지 않는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각자의 일터인 병원이나 학교에서 일하고 일요일이면 라파엘 클리닉을 찾아 외국인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어루만져 준다.
97년 4월부터 라파엘 클리닉을 운영하는 사람은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49·신장내과)다.
‘이주 노동자의 어머니’로 통하는 안 교수는 “무료 병원 개원 당시 혼자 나무상자 3개에 의약품을 담아 혜화동 성당에서 무료 진료를 시작해 여러 곳을 옮겨 다니다 지금은 이곳에 무료병원을 열게 됐다”며 “라파엘 클리닉은 뜻 있는 사람들이 만든 단체로 어느 한 사람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17일 한국여의사회가 수여하는 제14회 여의대상 길봉사상을 받기도 한 안 교수는 “의대 후배들이 봉사하며 참사랑의 가치를 깨달아가는 모습이 자랑스럽다”며 한사코 자신의 얘기는 쓰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곳의 진료과목은 내과·외과·안과·치과 등 17개다. 하루에 찾아오는 환자는 300명에 이를 정도다. 97년에 문을 열어 지난해까지 총 5만여명이 이곳에서 아픈 몸과 ‘힘든 한국생활’에 대한 치료를 받았다.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진료 과목은 내과. 한국 음식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위가 나빠졌거나 공해로 기관지가 않좋은 경우가 많다. 또 근육통이나 디스크 등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라파엘 클리닉의 진료비와 약값 등은 병원이나 제약사, 서울천주교대교구, 적십자사 등에서 후원해줘 충당하고 있다.
또 150여명으로 구성된 후원회인 ‘천사회원’이 1인당 매달 내는 1004원의 후원금과 대천사회원의 후원금 등이 운영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아이카(32·우즈베키스탄)는 “이곳에 오면 한국인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며 “얼마 전에 무료로 심장병 수술을 받고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며 감사해했다.
김영숙기자 eggr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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