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일부 대형병원이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노동자에게 진료비를 바가지 씌우는 사례가 많아 원성을 사고 있다. 경찰에 신고하거나 소송을 낼 수 없는 불법체류자의 약점을 악용해 필요하지 않은 진료까지 받게 하고 많은 치료비를 청구하고 있는 것. 본보 취재팀은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취재기자 2명이 불법체류 ‘조선족 동포’와 일반 ‘내국인’ 환자로 가장해 병원에서 같은 증상을 대며 진료를 받았다. 방문한 병원은 불법체류자들이 “특히 악명이 높다”며 지목한 서울의 K병원과 B병원. 그 결과 이들 두 병원에서는 ‘조선족’에게 ‘내국인’의 최대 6배가 넘는 진료비를 청구했다.》

▽진료 차별 체험=두 사람은 12일 K병원을 찾아 똑같은 증상의 복통을 호소했다. 두 사람은 동갑으로, 증상 및 평소 생활습관도 비슷한 것으로 입을 맞췄다. 대형병원에서 초진을 받을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두 사람은 모든 조건이 거의 같은 상태.
그러나 의사의 진료 내용과 비용 청구는 크게 달랐다. 먼저 ‘내국인’을 진단한 의사는 증상을 묻고 배를 여기저기 만져보더니 약을 처방해 주면서 “약을 먹고도 계속 아프면 다시 오라”고 했다. 진료비는 약값을 빼고 1만9020원.
반면 이 의사는 ‘조선족’에게는 증상을 묻고 배를 만져보는 것 이외에도 “여러 증상이 의심된다”며 X선 촬영, 피 검사 등을 받도록 했다. 그리고 이틀 뒤 다시 찾아오라는 진단을 내렸다. 약 처방은 없었으며 진료비는 12만2700원이 나왔다.
B병원에서도 진료비는 3∼4배의 차이가 났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최현모 사무국장(36)은 “이들 두 병원 이외에도 대부분의 사설 대형병원이 불법체류자에게 비슷한 차별대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법체류도 서러운데…=지난달 명동성당에서 농성 중이던 방글라데시 출신 압둘 하십(27)은 한밤중에 배가 아파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급성맹장염이라며 수술비로 300만∼500만원이 든다고 했고 돈이 없는 그는 16만원의 응급검사비만 낸 뒤 경기 구리시의 비영리 병원을 찾아갔다. 그는 그 병원에서 126만원에 수술을 포함한 치료를 끝냈다.  통상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들은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한국인보다 3∼4배 많은 진료비를 내야 한다. 그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병원들이 바가지까지 씌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불법체류자도 적지 않다. 이란 출신의 아메나 이슬람(40·여)은 중이염을 앓았으나 병원에 가면 한 달 월급이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동료들의 이야기에 참고 지냈다. 그러나 그는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될 때까지 버티다 결국 지난달 500여만원을 내고 수술을 받았다.
몽골에서 온 라이람달도 노숙 생활을 하다 감기에 걸렸으나 버티다 지난해 봄 급성폐렴으로 쓰러졌다. 라이람달씨는 이화여대동대문병원과 의료공제조합의 도움으로 간신히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측은 “몸이 아파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므로 불법체류자도 최소한 ‘덤터기’를 쓰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불법체류자 이곳으로▼
▽외국인 노동자 의료공제회(
http://www.mumk.org)=건강보험 대신 가입비 5000원과 월 6000원의 공제회비를 내면 큰 사고나 질병이 생겼을 경우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해 준다. 일종의 ‘민간보험’. 1만6000여명의 불법체류자가 가입해 있다.

▽라파엘클리닉(http://www.raphael.or.kr)=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혜화동로터리 동성고등학교에서 열리는 무료 클리닉. 서울대 의대 교수들을 주축으로 의사 35명이 자원봉사한다.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http://ijunodong.prok.org/)=매주 첫째 셋째 일요일에는 서울 동대문운동장 근처에 있는 경동교회에서 ‘선한 이웃 클리닉’, 둘째 넷째 일요일에는 덕수궁 옆에 있는 정동교회에서 ‘아가페 클리닉’ 등 무료진료사업을 뜻있는 의사들과 함께 하고 있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2-26 1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