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을 떠나 우리나라에 와서 일하다 병까지 얻은 이주 노동자를 위한 진료 봉사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배우 송윤아(35·오른쪽)씨는 지난 2일 외국인 이주 노동자 무료진료기관인 ‘라파엘 클리닉’의 홍보대사를 맡기로 한 뜻을 이렇게 말했다. 그가 이례적으로 홍보대사를 맡은 데는 이 클리닉에서 10년 넘게 의료 봉사를 해 온 오빠 송병호(42·왼쪽·미래 이비인후과 원장)씨와의 ‘특수 관계’가 크게 작용했다. 2남 1녀 가운데 장남인 송 원장은 “막내인 윤아가 늘 배우로서가 아닌 보통 사람으로 봉사활동과 같은 좋은 일에 참여하고 싶어 했다”며 “이번에 클리닉의 상임이사인 안규리 교수(서울대)도 권해 홍보대사를 맡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라파엘 클리닉은 따로 건물이 있는 병원이 아니다. 1997년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서울 혜화동 동성중·고교 강당에 임시 진료소를 차리고, 의사·의대생 등 120여명이 돌아가며 한 주에 300명 가까운 이주 노동자들을 돌봐 왔다.
송윤아씨는 “막상 현장에 가서 보니 강당 복도에서 환자를 돌보는 등 진료 환경이 열악해 앞으로 경비가 많이 필요할 것 같다”며 “내가 직접 진료는 할 수 없으니, 이런 면에 보탬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송 원장은 “동생 덕분에 클리닉이 활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당장 ‘유명 스타’와 함께할 겸 자원봉사자들부터 많이 모이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웃었다.
84년 서울 의대 재학 시절부터 가톨릭학생회를 통해 진료봉사 활동을 해 온 그는 이비인후과 전문의로 뛰면서 이 클리닉의 실행위원도 맡고 있다. 암 등 중증 질환으로 수술이 필요하거나 진료비가 많이 드는 질환을 앓는 노동자가 오면, 선배 의사 등에게 진료를 의뢰하는 일도 맡는다.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봉사 회원들에게도 거의 무료로 노동자를 치료해 주도록 주선한다. 난청 등 수술이 필요하면 자신의 병원에서 통상 진료비의 25% 가량만 받고 치료한다.
송 원장은 “불법으로 체류한다 해도 이주 노동자의 건강권은 최소한의 인권이고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며 “클리닉이 활성화해 더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더 나은 치료를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보대사 위촉식은 18일 서울대 의대 함춘회관에서 열릴 후원의 밤 행사 때 함께 열린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