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02년 6월 13일 목요일 – [나눔으로 ‘함께’ 제3부 (8)]

라파엘의 또다른 힘 일반봉사자 라파엘 클리닉에는 진료 봉사를 하는 의사들 못지않게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진료 현장 곳곳에서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하다시피하는 일반 자원봉사자들이다.이들은 환자들의 예약 접수에서부터 안내,통역,진료및 치료의 도우미역뿐 아니라 고달픈 이국 생활에 심신이 지친 외국 노동자들에게 든든한 가족과도 같은 존재들이다. 현재 라파엘 클리닉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반 자원봉사자들은 80여명.매 진료때마다 40여명씩 교대로 나와 각 과목별로 2∼3명씩 배치돼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이들 가운데 70%는 중·고등학생들.나머지는 일반 직장인에서부터 주부,대학생,전문가 집단까지 직업도 다양하다.

외과 진행부에서 일하고 있는 맹영훈군(19·충암고3)은 지난해 6월 같은 반 친구 10여명과 함께 학교봉사 활동의 일환으로 시작했다가 아예 고정적으로 나오고 있다. 맹군은 “올해는 대학입시를 본격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바쁘기는 하지만 계속 진료현장을 찾을 것”이라며 “‘더불어 사는 삶’이 무엇인지 배운다고 생각하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중국어 통역을 하고 있는 조태진씨(25·여·회사원) 역시 대학 재학때 사회봉사활동 학점을 따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가 졸업후에도 눌러 앉은 케이스다. 초창기 멤버로 5년째 활동하고 있는 김원희 외과 안내팀장(33·광고디자이너)은 처음 성당내 직장인 동호회원 25명과 함께 찾았다가 지금까지 자원봉사를 계속하고 있는 이곳 터줏대감. 김팀장은 “다른 회원들은 대부분 개인적인 사정으로 중도에 그만뒀지만 환자들과 함께 한 생활이 눈에 아른거려 쉽게 떠날 수가 없다”며 웃었다.

환자로 이곳을 찾았다가 자원 봉사를 자청한 외국인들도 많다. 2년째 영어 통역을 맡고 있는 오바이둘씨(31·방글라데시)는 5년전 팔을 다쳐 치료를 받고 언어문제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는 클리닉을 위해 스스로 봉사에 나섰다. 현재 외국인 통역 봉사자는 5∼6명에 이른다. 라파엘 클리닉 송대은 사무국장은 “잔 손길이 많이 가는 진료현장에서 일반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은 큰 힘이 되고 있다”면서 “최근들어 늘고 있는 러시아와 몽골지역 환자를 위한 통역 봉사자가 좀더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 바램”이라고 말했다.

민태원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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