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

“SJ1069 [사피]신부전증 앓는 도나씨”

도나 매 에프 오스트리아(Dona Mae F. Austria, 20)씨의 큰 눈망울에서 이내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프지만 않았다면 지금쯤 고향 필리핀에서 친구들과 함께 대학생활을 즐기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말보다 눈물이 앞섰다. 낯선 한국땅에서 하루 4번씩 신장투석을 하며 좁은 단칸방에 누워있는 자신의 처지가 원망스럽기만하다.


도나씨는 하루라도 빨리 나아 필리핀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하고 싶은 공부도 마음껏 하며 간호사 꿈을 다시 키우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하지만 신장이식 수술을 받기 전까지는 꿈도 못 꿀 일이 돼버렸다. 도나씨는 말기 신부전증을 앓고 있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급기야는 온몸이 퉁퉁 붓는 등 정상적 생활을 할 수 없게 됐다.


도나씨 부모는 10년 전부터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서 일했던 터라 딸을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다. 딸 수술비를 벌기 위해 공장과 음식점 주방에서 뼈 빠지게 일했지만 돈은 모이지 않고, 딸 병세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돼갔다. 급기야 지난해 8월 딸을 한국으로 불렀다. 자신들이 일을 그만두고 필리핀으로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딸을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를 받게 했지만 불어나는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곧 퇴원시켜야만 했다. 그나마 이주 노동자 무료 진료센터 라파엘 클리닉 도움을 받아 치료를 이어가는 형편이다. 부모는 신장이식 수술을 해야만 딸이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어마어마한 병원비에 수술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먼지 많은 단칸방에 누워 복막투석으로 힘겨워하는 딸을 볼 때마다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들 처지가 속상하기만 하다.


그래서 도나씨 마음은 더 괴롭다. 자신과 동생(3명)을 키우기 위해 한국에서 고생하는 부모님 짐을 덜어드리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아파 더 큰 짐을 지워드리고 있는 것 같아서다. 도나씨는 “필리핀으로 돌아가 동생들도 돌보고 공부도 얼른 끝마쳐 부모님을 도와야 한다”면서 “빨리 낫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파엘 클리닉 김소영 간사는 “도나씨가 올해 안에 신장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큰일이다”면서 “평화신문 독자들이 도나씨를 위해 꼭 도움을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