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 라파엘센터 진료소에서 가수 하림(라파엘 홍보대사)의 ‘국경 없는 음악회’가 처음으로 열렸습니다. ‘하림의 국경 없는 음악회’는 다양한 국적의 라파엘 환우가 직접 참여하여 고향의 노래를 소개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시간으로 꾸며집니다. 이집트 환우가 첫 출연자로 올랐던 이번 무대를 시작으로 앞으로 이주에 한번, 진료 휴식시간을 이용해 진행될 계획입니다.
- 혼자서 아프던 기억에…
원래 어깨가 조금 불편했었습니다. 악기를 늘 연주하다보니 직업병처럼 가끔씩 아플 수도 있는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지내 왔었습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심각할 정도의 통증이 생기니 겁이 덜컥 나더군요. 게다가 서울도 아닌 쿠바에서 말이죠.
함께 출장 온 동료들은 병원에 가야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지만 일에 지장을 주는 것이 미안해 간신히 고통을 꾹 눌렀습니다. 게다가 외국인 신분으로 병원을 간다는 게 조금은 낯설고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며칠 동안 진통제로 힘겹게 버텼지만, 결국 극심한 통증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택시에 실려 병원을 찾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친절한 의사 선생님을 만나 약 몇 알을 먹고 가뿐히 나을 수 있었습니다. 그 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라파엘클리닉이 생각났습니다.
몇 해 전 썰렁한 고등학교 복도에서 노래를 부르던 기억, 분주하게 뛰어 다니던 봉사자 분들, 아프지만 함께 모여 있는 것만으로 즐거워보였던 다른 피부색의 사람들이 마구 생각나더군요. ‘라파엘클리닉의 환우들에게 내 노래와 마음을 조금 나누어 준 덕분에 타국에서 운 좋게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나’라는 감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라파엘이 정말 필요한 일을 하고 있구나’ 라는 것을 가슴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요즘 그때의 마음을 다시, 그리고 오래 느끼고 싶어 종종 환우들과 함께하는 음악회를 열고는 합니다. 함께 고향의 노래를 부르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나누다 보면 그들에게는 또 다른 치료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말입니다. 환우 분들 한 분 한 분을 자세히 보니 다들 멋있고, 예쁘고, 훌륭해 보입니다. 봉사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고요.
사실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어딘가 아픕니다. 잘 웃지도 않고, 욕심도 많고, 미워하는 사람도 많죠. 우리는 서로 상처주지만, 동시에 서로에게 치유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힘들면 힘들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누군가 아프다고 말하면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따뜻하게 위로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혼자선 아프지 말아요.
– 라파엘클리닉 홍보대사 하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