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the Raphael Angel

[인터뷰] 라파엘이 만난 사람 - 전온 라파엘나눔 이사

작성자
raphael
작성일
2021-10-25 15:27
조회
1796

전온 라파엘나눔 이사 (前 라파엘클리닉 봉사단장)



Q. 안녕하세요. 전온 이사님! 라파엘소식 독자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2005년부터 라파엘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전온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라파엘과 함께하면서 약배부 팀장, 라파엘클리닉 봉사단장, 라파엘클리닉 이사로 활동했고, 2020년부터는 라파엘나눔의 이사직까지 맡고 있습니다.

Q. 라파엘에서 봉사활동 하신 지가 벌써 16년이 되셨네요. 처음에 라파엘에서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처음에 라파엘을 알게 된 건 제 아내 덕이죠. 16년 전, 라파엘이 혜화동의 동성고등학교 강당을 빌려 이동진료를 할 적이였어요. 아내가 주말에 동성고로 주일학교 교사 연수를 갔다가 라파엘클리닉에서 간호 봉사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봉사를 먼저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봉사를 몇 번 다녀와서는 저에게도 함께 봉사를 나가자고 권유하더군요. 한국어가 서툰 이주노동자들에게 통역을 해 주면 좋겠다고 하면서요. 그렇게 아내를 따라 나섰다가 지금까지 라파엘에서 봉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Q. 라파엘클리닉에서는 주로 어떤 봉사를 담당하고 있으신가요?

A. 저는 약배부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약배부 팀은 진료를 마친 환자들이 약을 받기 위해 접수를 하면, 순서에 따라 처방전을 발급한 후, 약국으로 처방전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약사 선생님께서 조제를 담당해 주시죠. 그 약을 복약지도팀이 전달 받고, 복약지도와 함께 약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약배부 팀은 예전부터 팀워크가 좋기로 유명합니다. 서로간의 결속력이 좋아 가장 늦게 업무가 끝나는 부서라 지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응원을 하면서 봉사를 하고 있어요. 분위기가 정말 화기애애한 편입니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서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져서 아쉽네요.


Q. 활동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인상 깊었던 기억나는 분들이 있으신가요?

A. 정말 많은 환자들을 만났기 때문에 기억나는 분들이 꽤 많아요. 2005년 제가 봉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본 환자들 중 아직까지도 라파엘클리닉으로 진료를 받으러 오시는 단골 환자들이 몇 분 계십니다. 그 중 김**씨 라고 계세요. 그런데 요즘에는 통 안보이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알츠하이머 병에 걸리셔서 몸이 많이 안좋으시대요. 다른 한 분도 가끔 클리닉에 오셔서 약을 받아가시는데, 기력이 떨어지신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런 분들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세월의 흐름이라고 여겨야겠지만, 뭔가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같이 봉사활동 했었던 분들 중에 기억나는 분들도 있어요. 사제 서품을 받고 신부님이 되신 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약배부 팀에서 일반봉사자로 있다가 의전원을 졸업하고 지금은 의료진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선생님도 계십니다. 또 저와 함께 활동한 분 중에 고등학생도 있었는데, 그 친구는 고등학교, 대학교, 직장인이 되는 순간에도 라파엘클리닉 약배부에서 저와 함께 봉사활동을 했어요. 그 학생이 커서 지금은 라파엘클리닉의 봉사부단장까지 맡고 있습니다. 이 질문을 들으니 라파엘클리닉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만난 분들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네요.


Q. 올해부터 노숙인 무료진료소인 ‘라파엘나눔 홈리스 클리닉’에도 봉사 참여를 하고 있으신데요. 명동 홈리스 클리닉에서도 약배부 팀에 계신지요? 명동에서의 활동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올해 초,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노숙인 등 소외계층의 의료 불평등 문제가 대두되었습니다. 문제를 살펴보니, 이분들이 갈 수 있는 공공병원들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되면서 일반 진료를 받기가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3월부터 방역체계 구축 등의 준비과정과 시범 진료 과정을 거쳐 올해 6월, 라파엘나눔에서 명동밥집과 손잡고 ‘라파엘나눔 홈리스 클리닉’을 개소했습니다.

저는 여기서 처음에 진료접수팀에서 활동하다가 지금은 약접수팀에 있어요. 기존에 라파엘클리닉에서 해 왔던 과정이고, 같이 활동하는 봉사자들도 클리닉에서 함께 활동했던 분들이 많기 때문에 조금의 차이점이 있었지만 금방 적응했죠!

명동에서 활동하면서 기억나는 순간들이 있다면 올해 여름 텐트 안에서 봉사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때 아직 진료소에 에어컨이 설치되기 전이라 다들 더위로 고생했습니다. 텐트 안이라 바람도 잘 통하지 않아서 더 더웠어요. 온몸에 땀이 주르륵 흐를 정도였습니다. 정말 지치고 힘들었지만 다들 더운데도 열심히 하는 모습에 저도 힘이 솟더라고요. 더운데도 서로 파이팅 하면서 더위를 극복하며 봉사를 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Q. 오랫동안 봉사를 해 온 봉사자의 입장에서, 홈리스 클리닉이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서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시설 면에서 아무래도 부족한 점이 크죠. 텐트라는 공간이 아무래도 건물 안과는 다르기 때문에, 곧 다가올 겨울이 걱정됩니다. 그리고 아직 사업이 자리잡고 있는 단계라서 진료 시스템이 완벽히 자리잡지 않았어요. 동성고 시절의 라파엘클리닉을 보는 것 같죠. 그렇지만 시설과 진료 시스템 모두 점점 발전하고 있어요. 임시 진료를 시작했을 때와 다르게 텐트 한 동이 더 들어와 진료공간이 넓어졌고, 진료 과목도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냉ㆍ난방 설비가 들어왔고, 약을 보관할 수 있는 창고도 생겼습니다. 내년엔 모든 면에서 훨씬 좋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Q. 예전부터 라파엘 봉사자 교육에도 도움을 주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프리메드 아카데미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하셨죠. 봉사자 교육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중점으로 두고 교육을 하시는지요? 

A. 예전에는 봉사자 교육에 강사로 나서기도 했고, 봉사자 매뉴얼 개정판을 만드는 프로젝트에도 참여를 했던 적도 있었죠. 지금은 제가 두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봉사자 교육에 이전만큼 참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교육 관련해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마다 공유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봉사자 교육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봉사자 ‘동기부여’ 입니다. 학생들이 라파엘에서의 봉사를 단순히 봉사점수 획득 또는 스펙을 위한 도구로써 봉사활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저는 그 학생들의 봉사 ‘동기’를 높이 평가합니다. 특히 타 봉사활동에 비해서 라파엘에서의 봉사활동의 강도가 훨씬 높다고 생각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죠.

 그래서 예비 봉사자, 프리메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할 때 ‘자원봉사자의 자세’를 주제로 강의를 하면서 봉사를 할 마음이 생길 수 있도록 저의 봉사활동 경험을 많이 이야기 해 줍니다.


Q. 마지막으로, 이사님께서는 라파엘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라파엘클리닉은 작년 4월부터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어요. 코로나 이전의 진료방식으로 돌아갈 수 없겠지만, ‘위드코로나’ 에 맞게 진료 프로세스를 확립하여 지금보다 나은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라파엘나눔 홈리스 클리닉은 진료소가 잘 정착이 될 수 있도록 진료 시스템의 체계화가 빨리 이뤄졌으면 합니다. 진료 과목도 과목별로 매주운영, 격주운영 등으로 정기적으로 열렸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