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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목) 오후3시, 호암아트홀에서 제27회 호암상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라파엘클리닉은 공적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국내 거주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1997년부터 매주 일요일 무료 진료를 해 총 23만 명에게 의술을 통한 인류애를 실천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호암상 사회봉사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시상식에는 유경촌 주교님, 서울대학교 성낙인 총장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강대희 학장님, 유중근 대한적십자사 前 총재님, 오덕주 가톨릭여성연합회 前 회장님 등 라파엘을 아껴주시는 많은 분들이 참석해 수상을 축하해주셨습니다.

호암상은 인재 제일주의와 사회공익정신을 기려 학술‧예술 및 사회발전과 인류복지 증진에 탁월한 업적을 이룬 인사를 헌창하기 위해 1990년 제정되었습니다.

 

 

  • 안규리 라파엘클리닉 대표이사 수상 소감

저희를 호암상 사회봉사상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손병두 이사장님과 선정위원회 위원님들, 삼성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바쁘신 중에도 저희를 축하하러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유경촌 주교님, 성낙인 총장님, 강대희 학장님을 비롯한 내빈 여러분의 사랑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호암상 수상이라는 분에 넘치는 소식을 듣고서 저는 라파엘클리닉을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것을 알고 북받치는 마음을 가누기 어렵습니다. 이런 제 마음 속에서는 20년 전 궤짝 두 개를 가지고 동성고등학교 강당을 빌려서 시작했던 라파엘클리닉이 이제는 연 1.8만 이주 노동자들을 진료하고 이웃 나라에도 의술과 사랑을 나누는 단체로 성장해 온 땀의 과정이 떠오릅니다.

이런 순간마다 저는 천사 라파엘이 도대체 누구였는가를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유경촌 주교님께서 뜻밖에도 라파엘도 이주노동자였다 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찾아보니 라파엘 대천사는 아자리아라는 외국인노동자로 변신을 하고 나타나서, 먼 길을 떠나는 토비아의 길동무가 되어 주었을 뿐 아니라 몸과 마음의 치유법을 가르쳐주었던 것입니다.

라파엘이 되고자 했던 우리는 사실 이주노동자에게 몸과 치유법을 배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분들은 누추하고 열악한 우리 진료소를 찾아와, 우리의 쓰임새와 보람을 가르쳐 주었고, 아픔과, 말도 통하지 않는 한탄에 조금씩 더 다가갈 수 있는 안내자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라파엘 천사는 “병든” 우리나라의 이주노동자들인 셈입니다. 우리 단체를 믿고 몸과 마음을 맡겨주신 환우 여러분들은 진정한 우리의 길잡이, 라파엘 천사들이십니다.

라파엘 천사는 토비야의 아버지가 장님이었는데, 비법의 치료로 가족이 다시 서로를 알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아마 안과의사였던 것 같습니다. 불과 학생 네 명으로 시작한 작은 진료실은 지금 연 500명의 의료진과 1,500명의 봉사자가 참여하는 준 종합병원이 되어 17개의 전문과와 진료지원과를 갖추었고, 국내 진료뿐 아니라 해외 의료인의 성장을 지원할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봉사자 한 분 한 분이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내시고, 상호존중의 가치로 엮어 주신 덕분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부대껴 가며 우리가 한 가족이었음을 알아볼 수 있도록, 마음의 시력을 찾아주셨던 고귀한 봉사자님들은, 바로 섬김의 라파엘 천사들이셨습니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의 선조들의 대부분은 수 천 년 전에는 중앙아시아, 시베리아를 거쳐 한반도에 정착한 분들입니다. 우리도 이주자의 후손인 것입니다. 이주노동자를 품에 안고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덜 메마른 사회를 위해 노력하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이들을 돌보려는 저희의 작은 꿈이 계속 피어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고비마다 한발 앞서 걱정해 주시고 지켜주신 후원자님들, 나눔의 라파엘 천사님들 덕분입니다. 우리의 더딘 발걸음조차 격려해 주시고 필요한 의료장비와 약품, 물품을 보내주신 덕분에, 저희들은 이제 간신히 의료봉사단체라는 건물과 외형을 갖춘 청년이 되었습니다.

후원자님들의 도움으로 성장한 청년 라파엘은 이제 새로운 20년을 맞아서 하루살이가 아니라, 보다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우리나라와 이웃의 비어있는 낮은 자리를 채워가고 싶습니다. 국내외 의료봉사자 성장 지원 프로젝트인 라파엘 아카데미를 통해서 보다 성숙하고 지속적인 의료나눔의 장을 열어가고 싶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함께 해 주셨듯이, 열정으로 도전하는 앞으로의 여정에도 함께해 주시는 수호 대천사 라파엘이 되어주시기를 후원자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히 부탁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 계셨으면 그 누구보다도 기뻐하셨을 김수환 추기경님, 故이근식 선배님, 아버님과, 스승 이정상 교수님께 마음으로부터 감사를 드립니다. 이 모든 분들은 ‘치유를 행하는 빛나는 분’, ‘인간의 영혼을 지키는 분’, ‘치유자’, ‘생명의 나무의 수호자’로 불려 마땅한 라파엘의 큰 천사들이십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