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라파엘은 의료 소외 계층 해소와
인종과 국적을 뛰어넘는 인도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분주하게 달려왔습니다.

지난 26년 동안 우리의 여정에는 라파엘이라는 천사가 함께 있었습니다. 우리가 만난 대상에 따라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는 치유의 천사 라파엘의 이름으로 의료 나눔을 지속해 왔습니다. 1997년, 열악한 근로환경에 최소한의 의료 혜택조차 받을 수 없었던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시작된 라파엘클리닉은 2005년 이후에는 다문화 가족을 대상으로 진료 활동을 확대했고, 지금은 동두천과 천안에서도 진료소를 운영하면서 여러 단체들과 협력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2007년 몽골 항올 지역의 어느 야르막 보건소에서 도시 빈민들을 돌보시는 햐옥수랭 보건소장님을 만났습니다. 울란바 토르 외곽에 위치한 이 산동네에는 고혈압, 비만, 중풍이 만연했지만 소장님은 혈압기조차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햐옥수랭 소장님이 최소한의 만성병 관리와 중풍 재활을 하실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라파엘인터내셔널”이 설립되었습니다. 이후 라파엘인터내셔널은 몽골은 물론 미얀마, 필리핀, 방글라데시, 네팔, 부르키나파소를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의료인들의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일들을 통해 우리는 예전 한국전쟁 직후 받았던 도움을 조금씩 갚아 나갈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따스한 마음을 가진 많은 봉사자와 후원자님들이 우리를 찾아 주셨습니다. 이분들과 더불어 보다 나은 수준의 지속가능한 의료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2015년 ‘라파엘나눔’이 탄생했습니다. 라파엘나눔은 라파엘 아카데미를 열어 의료 봉사자들의 생애주기별 성장을 지원하는 한편, 에티오피아와 여러 국가에서 진행되는 어린이 심장병 수술 사업을 비롯한 해외 의료나눔 사업을 지원하고, 코로나 시대의 당면 과제인 라파엘나눔 홈리스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긴 터널 속에 갇혀 있었습니다만, 지난 2022년에도 라파엘 몽골리아 봉사단 활동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전에 시행한 CPD(Continuing Professional Development)프로그램에서 양성된 교육 강사들과 함께 1차 의료기관 의사 교육을 위한 세미나를 직접 주관하는 등 우리들의 빈자리를 채워 주었습니다. 정치적 혼란과 코로나-19를 함께 겪어야 했던 미얀마 봉사자들은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민 결핵검진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분들의 용기와 열정에 힘입어 우리는 현지 의료진 교육이 지속되도록 다양한 온라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코로나 대응을 위한 의료물품과 약품을 지원하는데 최선을 다 했습니다. 특히 국립중앙의료원 진범식 감염센터장님 팀과 함께 개발한 온라인 감염교육 세미나는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 지역 의료인들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라파엘나눔에서는 인생 제2막을 맞은 시니어들이 보람 있는 의료나눔에 참여할 수 있 도록 제2기 온라인 라파엘 시니어 아카데미를 열었습니다. ‘교양’, ‘공통’, ‘의료’ 세 종류의 다채로운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시니어뿐만 아니라 주니어 의료봉사자들에게도 인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라파엘나눔 홈리스 클리닉에서는 2022년에 약 6,000명의 노숙인들에게 필요한 일차 의료를 제공했습니다.

저는 4월에 지혜롭고 다정하게 라파엘나눔을 이끌어 주신 김 전 이사장님의 뒤를 이어 라파엘나눔의 이사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라파엘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꾸준히 증가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긴 장막이 걷혀가는 지금 아시아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지역과 경제적 여건에 따른 건강 불평 등은 심화되었고, 기존의 라파엘이 가지고 있었던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다시 점검해야 하는 상황들이 생겨나면서 우리는 커다란 도전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이 할 수 없는 일들을 ‘우리’가 되었을 때 해낼 수 있었던 라파엘 26년 김전 이사장님과의 역사를 기억하면서, 올해도 지난 2021년 김 전 이사장님과 함께 선언한바, 모두가 지혜와 마음을 모아야 하겠다는 우리의 비전, ‘ONE RAPHAEL’의 실현이라는 도전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서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천) 지원이 필요한 우리 이웃들에게(지) 의료나눔을 실천하는 라파엘인(인)으로 성장해 서 보다 향상된 수준의, 지속가능한 의료나눔을 실천할 수 있게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우리가 의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오랜 시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라파엘을 이끌어 주신 봉사자, 파트너, 사무국 직원들 과 후원자님들의 사랑과 관심을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라파엘나눔 · 라파엘인터내셔널 이사장 안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