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천사 이야기

릴레이 봉사단 열전 - 환경팀 푸르네정원 전미숙 봉사자

작성자
raphael
작성일
2021-02-01 17:14
조회
1980

환경팀 푸르네정원 전미숙 봉사자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리도 슬피 울었나 보다.”

우리 어린 시절만 해도 국화는 가을에만 피는 꽃처럼 기다림이었습니다.

저는 오월 초순경이면 일년에 한 번씩 열리는 고양시 국제 꽃 박람회에 종종 들렸었습니다.

박람회장에 들어서면 많은 노력으로 정성을 다하여 키운 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관광객들을 맞이합니다. 또한 아기자기하게 잘 가꾼 정원들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박람회를 구경하면서 사고 싶은 꽃들이 정말 많았습니다만, 제가 잘 키울 수 있는 것으로 몇 개만 골랐습니다. 박람회장에는 꽃뿐만 아니라 아기자기한 소품도 많았고 가드닝 관련 서적도 있었습니다. 계절이 지나간 월간지가 할인을 하기에 한 권 구매하여 보니, 안에는 외국의 아름다운 정원도 볼 수 있고 우리나라 수목원 외에도 민간정원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흥미롭게 월간지를 보는 도중에 제 눈을 사로잡은 단어가 있었습니다. 바로 ‘정원 봉사’입니다.

‘나도 하고 싶은데, 할 수 있을까? 원예과도 안 나왔는데……’

‘그래도 같이 일하면서 배우면 되지! 혼자는 못 해도 여럿이서 하다 보면 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침 푸르네정원 문화센터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신청을 하였고, 그렇게 라파엘에서 정원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화단이었지만, 봄이 되면 예쁜 꽃도 피고 흔하지 않은 품종의 장미가 형형색색으로 피어나는 것을 감상하며 정말 즐겁게 정원을 가꿨습니다. 라파엘을 찾은 환자들이 대기하면서 잠시나마 꽃을 감상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겨우 일 년 조금 넘게 봉사활동을 했을 무렵, 코로나 때문에 라파엘클리닉의 대면 진료가 중단되고, 저희도 봉사활동을 멈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해체된 팀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하는 생각에 슬펐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저보다 먼저 정원 봉사를 하시고 계셨던 선배님들은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쓰고 혼자 정원봉사를 다녀온다는 말씀에 놀랐답니다. 저게 바로 진정한 자원봉사의 모습이 아닌가 하고 봉사 선배님들이 존경스럽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또 한번 배우고 저도 그 모습을 따라 실천 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집 정원이면 내가 심고 싶은 대로 하련만 그래도 모두들 같이 상의하고, 서툰 솜씨지만 좀더 예쁜 정원을 만들어 드리려 합니다.

그래도 안 한 것보다 나아졌다고 직원 분들이 모두 기뻐하십니다.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며 “내가 먼저 행복해야 세상도 행복한 것이고,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라는 누군가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장을 보러 가서는 한 푼이라도 아끼려 하지만 꽃 사올 돈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나만의 행복을 만들어 봅니다.

코로나로 정성을 덜 쏟아 부은 것 같아 내년을 기다려 봅니다. 푸르네 정원 봉사 식구 모두 합하여 봄날에 예쁜 꽃 많이 심어 드릴게요.

올해는 코로나도 물러가고 라파엘에 오시는 모둔 분들과 함께 행복을 나누고 싶습니다.